2022.07.09
복잡성은 죽음이다. 개발자에게서 생기를 앗아가며, 제품을 계획하고 제작하고 테스트하기 어렵게 만든다.
레이 오지(Ray Ozzie),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 책임자(CTO)
여러분이 도시를 세운다면? 온갖 세세항 사항을 혼자서 직접 관리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잘 돌아간다. 각 분야를 관리하는 팀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으며 작은 사항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가 돌아가는 또 다른 이유는 적절한 추상화와 모듈화 때문이다. 그래서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개인과 개인이 관리하는 구성요소
는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흔히 소프트웨어 팀도 도시처럼 구상한다. 깨끗한 코드를 구현하면 낮은 추상화 수준에서 관심사를 분리하기 쉬워진다. 이 장에서는 높은 추상화 수준, 즉 시스템 수준에서도 깨끗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우선 제작(construction)과 사용(use)은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애플리케이션 객체를 제작하고 의존성을 서로 연결하는) 준비 과정과 (준비 과정 이후에 이어지는) 런타임 로직을 분리해야 한다.
시작 단계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풀어야 할 관심사다. 관심사 분리는 우리 분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설계 기법 중 하나다.
public Service getService() {
if (service == null)
service = new MyServiceImpl(...); // 모든 상황에 적합한 기본값일까?
return service;
}
이것이 초기화 지연(Lazy Initialization) 혹은 계산 지연(Lazy Evalueation)이라는 기법이다. 장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실제로 필요할 때까지 객체를 생성하지 않으므로 불필요한 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null 포인터를 반환하지 않는다.
하지만 getService
메서드가 MyServiceImpl
과 생성자 인수에 명시적으로 의존한다. 런타임 로직에서 MyServiceImpl
객체를 전혀 사용하지 않더라도 의존성을 해결하지 않으면 컴파일이 안 된다.
테스트 역시 문제이다. MyServiceImpl
이 무거운 객체라면 단위 테스트에서 getService 메서드를 호출하기 전에 적절한 테스트 전용 객체를 service
필드에 할당해야 한다.
또한 일반 런타임 로직에다 객체 생성 로직을 섞어놓은 탓에 모든 실행 경로도 테스트해야 한다. 작게나마 단일 책임 원칙(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을 깬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MyServiceImpl
이 모든 상황에 적합한 객체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큰 우려다.
시스템 생성과 시스템 사용을 분리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생성과 관련한 코드는 모두 main이나 main이 호출하는 모듈로 옮기고, 나머지 시스템은 모든 객체가 생성되었고, 모든 의존성이 연결되었다고 가정한다.
제어 흐름은 따라가기 쉽다. main 함수에서 시스템에 필요한 객체를 생성한 후 이를 애플리케이션에 넘긴다. 애플리케이션은 그저 객체를 사용할 뿐이다.
즉, 애플리케이션은 main이나 객체가 생성되는 과정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단지 모든 객체가 적절히 생성되었다고 가정한다.
물론 때로는 객체가 생성되는 시점을 애플리케이션이 결정할 필요도 생긴다.
위의 그림에서 OrderProcessing ( 애플리케이션 )은 LineItem 인스턴스가 생성되는 시점을 완벽하게 통제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사용과 제작을 분리하는 강력한 메커니즘 하나가 의존성 주입이다.
의존성 주입은 제어 역전(Inversion of Control, IoC) 기법을 의존성 관리에 적용한 메커니즘이다. 제어 역전에서는 한 객체가 맡은 보조 책임을 새로운 객체에게 전적으로 떠넘긴다.
새로운 객체는 넘겨받은 책임만 맡으므로 단일 책임 원칙을 지키게 된다. 의존성 자체를 인스턴스로 만드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런 책임을 다른 전담
메커니즘에 넘겨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어를 역전한다. 초기 설정은 시스템 전체에서 필요하므로 대게 책임질
메커니즘으로 main
루틴이나 특수 컨테이너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올바르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은 미신이다. 대신에 우리는 오늘 주어진 사용자 스토리에 맞춰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 내일은 새로운 스토리에 맞춰 시스템을 조정하고 확장하면 된다.
이것이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애자일 방식의 핵심이다. TDD, 리팩터링, 둘다로 얻어지는 깨끗한 코드는 코드 수준에서 시스템을 조정하고 확장하기 쉽게 만든다.
하지만, 시스템 수준에서는 어떨까? 단순한 아키텍처를 복잡한 아키텍처로 조금씩 키울 수 없다는 현실은 정확하다. 맞는 말 아닌가?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물리적인 시스템과 다르다. 관심사를 적절히 분리해 관리한다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프트 웨어 시스템은 수명이 짧다
는 본질로 인해 아키텍처의 점진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영속성과 같은 관심사는 애플리케이션의 자연스러운 객체 경계를 넘나드는 경향이 있다. 모든 객체가 전반적으로 동일한 방식을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DMBS나 독자적인 파일을 사용하고, 테이블과 열은 같은 명명 관례를 따르며, 트랜잭션 의미가 일관적이면 더욱 바람직하다.
원론적으로는 모듈화되고 캡슐화된 방식으로 영속성 방식을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영속성 방식을 구현한 코드가 온갖 객체로 흩어진다. 여기서 횡단 관심사라는 용어가 나온다. 영속성 프레임워크 또한 모듈화할 수 있다. 도메인 논리도 (독자적으로) 모듈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영역이 세밀한 단위로 겹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관점 지향 프로그래밍(AOP)을 예견했다고 보인다. AOP는 횡단 관심사에 대처해 모듈성을 확보하는 일반적인 방법론이다.
AOP에서 관점이라는 모듈 구성 개념은, 특정 관심사를 지원하려면 시스템에서 특정 지점들이 동작하는 방식을 일관성 있게 바꿔야 한다
라고 명시한다. 명시는 간결한 선언이나 프로그래밍 메커니즘으로 수행한다.
관점으로(혹은 유사한 개념으로) 관심사를 분리하는 방식은 그 위력이 막강하다. 코드 수준에서 아키텍처 관심사를 분리할 수 있다면, 진정한 테스트 주도 아키텍처 구축이 가능해진다. 그때그떄 새로운 기술을 채택해 단순한 아키텍처를 복잡한 아키텍처로 키워갈 수도 있다. BDUF(Big Design Up Front)를 추구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BDUF는 해롭기까지 하다. 처음에 쏟아부은 노력을 버리지 않으려는 심리적 저항으로 인해 변경을 쉽사리 수용하지 못하는 탓이다.
소프트웨어 역시 나름대로 형체(physics)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구조가 관점을 효과적으로 분리한다면, 극적인 변화가 경제적으로 가능하다.
다시 말해, 아주 단순하면서도
멋지게 분리된 아키텍처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진행해 결과물을 재빨리 출시한 후, 기반 구조를 추가하며 조금씩 확장해 나가도 괜찮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 방향 없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어도 좋다는 소리는 아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일반적인 범위, 목표, 일정은 물론이고 결과로 내놓을 시스템의 일반적인 구조도 생각해야 한다.
모듈을 나누고 관심사를 분리하면 지엽적인 관리와 결정이 가능해진다. 도시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든, 아주 큰 시스템에서는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우리는 때때로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미루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까먹곤 한다. 게으르거나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정보를 모아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관심사를 모듈로 분리한 POJO 시스템은 기민함을 제공한다. 이런 기민한 덕택에 최신 정보에 기반해 최선의 시점에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가 쉬워진다. 또한 결정의 복잡성도 줄어든다.
EJB2 단지 표준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팀이 사용했다. 가볍고 간단한 설계로 충분했을 프로젝트에서도 EJB2를 채택했다. 아주 과장되게 포장된 표준에 집착하는 바람에 고객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난 사례를 많이 봤다.
표준을 사용하면 아이디어와 컴포넌트를 재사용하기 쉽고, 적절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 쉬우며, 좋은 아이디어를 캡슐화하기 쉽고, 컴포넌트를 엮기 쉽다. 하지만 때로는 표준을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업계가 기다리지 못한다. 어떤 표준은 원래 표준을 제정한 목적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대다수 도메인과 마찬가지로, 건축 분야 역시 필수적인 정보를 명료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어휘, 고나용구, 패턴이 풍부하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최근 들어 DSL(Domain-Specific Language)이 새롭게 조명 받기 시작했다. DSL은 간단한 스크립트 언어나 표준 언어로 구현한 API를 가리킨다.
좋은 DSL은 도메인 개념과 그 개념을 구현한 코드 사이에 존재하는 의사소통 간극
을 줄여준다.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DSL은 추상화 수준을 코드 관용구나 디자인 패턴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그래서 개발자가 적절한 추상화 수준에서 코드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
도메인 특화 언어(Domain-Specific Language, DSL)를 사용하면 고차원 정책에서 저차원 세부사항에 이르기까지 모든 추상화 수준과 모든 도메인을 POJO로 표현할 수 있다.
시스템 역시 깨끗해야 한다. 깨끗하지 못한 아키텍처는 도메인 논리를 흐리며 기민성을 떨어뜨린다. 도메인 논리가 흐려지면 제품 품질이 떨어진다. 버그가 숨어들기 쉬워지고, 스토리를 구현하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기민성이 떨어지면 생산성이 낮아져 TDD가 제공하는 장점이 사라진다.
모든 추상화 단계에서 의도는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그러려면 POJO를 작성하고 관점 혹은 관점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사용해 각 구현 관심사를 분리해야 한다.
시스템을 설계하든 개별 모듈을 설계하든, 실제로 돌아가는 가장 단순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